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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게이트 컨퍼런스를 다녀왔다.

보안은 쥐뿔도 모르지만 원래 일단 덤비는 걸로 인생 살아왔으니 새삼 겁날 것도 없다. 참가비는 (미리 등록하면 싼 줄 몰랐다) 10만원이나 냈고 수업도 두 개나 빼먹고 갔지만 후회는 없다. 난 대학교에 이러기 위해서 왔으니까.

8시 50분에 삼성역에 도착해 열심히 길을 잃고 헤매다가 9시 10분에 겨우 등록하고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학생이 많았다. 처음에는 나만 엄청 어려서 가자마자 주목을 받는게 아닌가하는 왕자병 초기의 생각까지 했으나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심지어는 고등학생들조차 몇 명 보이더라.

등록하자 종이백을 받았는데 안에 책자와 CD, 생수 등이 들어있었다. 참석한 기업들의 광고지도 꽤 많이 들어있었다. 이 중에 가장 유용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생수였다. 오전 내내 내 목을 축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들어가서 테이블에 앉자 무선 통역 장치가 있었다. 이런 것은 처음 보는 터라 신기했는데 과연 제대로 작동할까 의심스러웠다. 처음에 귀에 꼽아서 틀어보니 고주파음이 나길래 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는 고주파음이 나지 않았다.

서남표 KAIST 총장의 키노트가 있었는데 영어를 무진장 섞어 가면서 열심히 강연을 했다. 이노베이션이 어떻게 해야 일어나느냐가 주된 내용이었다.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막판에는 카이스트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들의 자랑으로 넘어가더라. 인상적이었던 점은 서남표 총장의 키노트가 끝나자 내 바로 뒤의 남자 분이 "죽여버려 개새끼"라고 강한 발언을 해준 것이다. KAIST 학생이라 추측된다.

그 후 국제 해킹 방어 콘테스트와 해킹 대회의 시상식이 이어졌다. 해킹 대회에서는 작년 우승팀이었던 포항공대의 PLUS 팀이 3위를 하고 우비우비펜더스(?)와 비슷한 발음의 팀명이었던 스페인팀이 2위, 한국의 CPark팀이 1위를 했다. 읽어보면 매우 아름다운 말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이 1위 팀은 상금 2천만원을 챙겨갔다.

행사장이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어 동시에 두 강연 씩 이루어지기에 선택을 해야만 했다. 열심히 고민하다가 처음 두 번은 영어 강연을, 나중 두 번은 한국어 강연을 듣기로 결정했다.

Embedded System Security에 대해 Ryan Clarke 교수가 강의했는데 이 교수님이 아주 인물이었다. 대단한 한국어 실력은 기본이고 유머 감각에 인내심, 실력까지 겸비했다. 무엇보다 해커의 포쓰가 느껴졌다. 다만 대단히 안타까웠던 점은 참가자들의 참여가 매우 수동적이었다는 점이다. 보면서 손발이 계속 오그라듬을 느낄 수 있었는데, 교수의 얼굴에서 실망한 기색이 엿보였다. 한국이 원래 이런 나라니 좀 이해해주길 바란다.

강의 내용도 매우 흥미로웠다. 하드웨어를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해 '아니오'로 답한 후 이어지는 그의 강연은 마지막에 동전을 부수고 안에 있던 칩을 꺼내는 퍼포먼스로 감동의 극을 달렸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매우 쿨했다. 어떤 개그와 놀라운 일에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그 대단한 능력이란.

다음에는 Reverse Engineering made Easier이란 주제로 대학교 재학생인 Alex Radocea가 발표했다. 중간에 맥 사용자인 Alex가 Windows에 익숙치 않아 동영상을 못 틀어서 한참을 헤맸다. 나중에 종합적으로 다시 평가하겠지만 미리 말하자면 이번 행사 진행은 사실 실망스러웠다.

난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라는 말을 듣고 포켓몬스터 세이브 파일을 고쳐서 레벨을 올리려고 시도했던 일이 바로 떠올랐다. 실패했고 사실 어떤 툴도 사용하지 않은 막노동이었지만 나름 재미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중간에 정말로 포켓몬스터 크래킹 동영상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포켓몬스터 구버전의 주인공인 레드가 벽과 물을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 다음 들었던 한국인이 한 강의는 고려대 교수의 강의였는데 그냥 잤다. 신기하게도 영어로 진행된 지난 두 강의보다 두 배는 더 졸렸다.(참고로 난 영어 강의에서 처음엔 통역기를 사용하려고 하다 통역이 느리고 수준이 떨어져 그냥 포기하고 직접 들었다.) 따라서 기억 나는 게 없으므로 넘어가겠다.

공인인증서에 대한 내용으로 서강대 재학중인 김우현씨께서 발표를 이어주셨다. 이번 해킹 대회 우승팀인 CPark의 팀원이기도 하고 WOWHACKER 팀으로 DEFCON 본선에도 진출했더라. 오늘 10시에 24시간 동안 계속 된 해킹 대회 본선이 끝난 덕분에 3일 밤을 꼬박 새셔서 중간에 산수도 꼬이고 말도 꼬였다. 하지만 여러모로 재미있는 주제였는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인인증서 해킹을 실험하는데 학교 컴퓨터를 썼는데 이 컴퓨터의 사양이 아주 가관이다. 코어2쿼드 Q9400에 쥐포스 GTX260, 램 3기가바이트의 PC를 50대 동원해서 실험했단다.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학교가 있을 줄이야! 서강대. 크기만 조그마한 학교인 줄 알았는데 사실 무서운 곳이었다. 참고로 저 정도 시스템은 본체만 130만원 정도 잡아야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연사였던 맥아피의 Kris Kaspersky씨가 윈도우의 고질적인 버그가 악성 코드를 먹여살린다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로 발표하셨다. 문제는 흥미로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이 분의 영어 발음이 썩 아름답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말하는 속도가 흡사 기관총과 같았기 때문에 동시 통역자 조차도 중간에 통역을 포기해 버린 데 있다. 그리고 나도 알아 듣는 걸 포기해야 했다. 결국 1시간이 지난 후 Ryan Clarke교수(진짜 다방면에 능력자)가 도와줘서 핵심 부분을 재정리하는 데 성공했긴 했으나 할 말을 다 못한 크리스 씨가 많이 안타까웠다.

10만원의 가치가 있었던 행사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점심식사 쿠폰 5천원을 줬으니 9만 5천원의 행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쨋든 두 강연은 듣지 못했지만 내가 들은 해외 연사들 3명은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발표를 했다. 한 명은 청중에게 문제가 있었고 나머지 둘은 행사 진행에 문제가 있었다. '국제'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온 외국 손님마다 실망시키다니 참 부끄러운 일이다. 이래서야 내년에는 잘 할 수 있겠는가.

이런 행사는 처음 참가해보는지라 나름 뜻깊고 재미있기는 했다. 하지만 미숙한 행사 진행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년은 무리더라도 내후년에 선수로 참가해 상도 노려보고 싶었던 행사였는데 이대로 망한다면 너무 슬프지 않겠는가. 다음 번에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
2009/04/08 23:02 2009/04/0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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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CODEGATE 2009, Kris Kaspersky episode

    Tracked from The Story of A Strange World 2009/04/09 00:17  삭제

    오늘 COEX Grand Ballroom에서 CODEGATE라는 행사가 열렸다. 그 중 마지막 주제인 'XP/S2K3/Vista/Win7 bugs help malware to survive'로 McAfee의 Kris Kaspersky가 와서 강연을 하였다. 오후 4시 15분이 되자 상당히 말라보이는 체구에 곱슬기가 넘치는 긴 머리카락을 한 그가 가슴에 꽃을 꼽고 등장했다. 세션이 시작되자마자 Kris Kaspersky는 특색있는 강한 러시아 억양의..

  • junichel 2009/04/09 0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분이 Ryan Clarke교수셨군요. 트랙백 감사합니다.

  • junichel 2009/04/09 0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행과 점심을 먹다가 듣고싶었던 Embedded System Security에 대해서 제대로 듣지 못해 많이 아쉬웠는데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궁금하네요. 끝에 보니, light, heat, wire로 해킹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동전 빌려서 뭔가 했던데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 지하 2009/04/09 1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지식이 부족하고 영어 실력도 부족해서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단 처음에 동전과 지폐를 보여주면서 "당신들은 어느 쪽을 더 신뢰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동전은 하드웨어를, 지폐는 소프트웨어를 은유한다고도 했죠. 그리고 참가자들 중 앞쪽에 앉은 사람들에게 동전들 몇 개를 나눠주고 강연 끝날 때까지 가지고 있으라 했습니다.

      그리고 해커는 하드웨어를 믿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드웨어를 물리적으로 해킹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하면서요. 위성 시스템 같은 것을 보여주며 (정확히는 이해 못했습니다.) 자신의 친구는 그 신호를 받는 기판에 단지 전선 하나만 더 연결해서 무료로 TV를 볼 수 있었다고도 예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초소형 웹 서버와 FPGA(이건 제가 뭔지 잘 모릅니다)에 대해서도 언급했고 그 후 동영상을 세 가지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전자 기기는 LED를 가지고 있고 이는 간단히 속일 수 있으며 열과 사용하지 않는 핀으로도 충분히 조작할 수 있다고 했지요.

      끝날 즈음에 참석자들에게 나눠주었던 동전을 링 같은 것으로(제가 앞쪽에 앉지 못해 잘 못 봤습니다.) 부수어서(?) 그 안에서 칩 같은 것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역시 하드웨어는 믿을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당신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극비 정보를 주고 받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제 실력이 모자라 설명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일단 기억 나는 건 이 정도네요..

  • 위상 2009/04/09 2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악 ㅋㅋㅋ 총장님. 어쩔겨.

    그보다 죽어버려 개새끼라니...어느 분이신지, 참 강경하시구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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