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생각과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아
지금까지 언급했던 맞춤법 내용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많이 틀리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드물게 쓰이는 말들이야 틀린다고 해도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하지만 다르다/틀리다 문제와 되/돼 문제는 각각 말하기 및 쓰기 오류 분야의 정점에 오른 두 무림고수라 하겠다. 오늘은 무림고수 분석의 첫번째 시간으로 다르다와 틀리다가 어떻게 '다른지' 파헤쳐보자.
바른 뜻과 바꿀 수 있는 말
평소에 자주 실수하는 말이 있다면, 같은 의미의 다른 말로 바꾸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잦은 실수를 유도했던 말을 다시 봐봤자 그저 헷갈릴 뿐이니까. 그럼 이 방법을 사용해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해보자.
우선 다르다는 '같지 않다.'로 바꾸겠다. 원래 '다르다'의 의미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주1는 뜻이니 적절하다.
다음으로 틀리다는 '올바르지 못하다.'로 바꾸겠다. '틀리다'의 사전적 정의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주1는 뜻 등으로 쓰인다. 따라서 바른 대체어라고 할 수 있다.
실생활 예
이제 다른 말로 치환해서 일상에서 쓰이는 오류를 잡아내보자. 다음은 우리가 평소에 자주 쓰는 말이다 : 내 생각은 네 생각과 틀려.
바꿔보면 다음과 같다 : 내 생각은 네 생각과 올바르지 못해.
문장 자체도 말이 안 될 뿐더러 의미를 억지로 유추하려고 해도 이상해진다. 너 또는 나, 혹은 둘 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생각은 네 생각과 같지 않아.
는 자연스럽고 의미도 명확하다. 따라서 다르다를 써야한다.
마찬가지로 오~ 오늘은 좀 평소랑 틀린데?
, 사람마다 다 개성이 있고 서로 틀린 게 더 재밌잖아?
등도 틀린 말이다. 오~ 오늘은 좀 평소랑 옳지 않은데?
, 사람마다 다 개성이 있고 서로 옳지 않은 게 더 재밌잖아?
와 오~ 오늘은 좀 평소랑 같지 않은데?
, 사람마다 다 개성이 있고 서로 같지 않은 게 더 재밌잖아?
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모두 '다르다'를 써야한다.
덧
틀리다라는 말의 심리적 영향
틀리다를 사용해야할 곳에 다르다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르다를 써야할 곳에 틀리다를 사용하는 경우가 잦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잘못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서로 같지 않은 것을 한 쪽은 맞고 다른 쪽은 틀리다고 무의식적으로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맞고 넌 틀리다는 생각에 익숙해지면 폐쇄/배타적으로 되기 쉽다.
물론 사람들이 일부러 틀리는 것도 아닐 뿐더러 그렇게 깊이있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언어란 무서운 법이다. 이름을 불러주니 꽃이 되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남색이라는 이름이 있기에 이 애매한 파랑과 보라의 경계를 다른 색깔이라고 인식한다. 눈치채지도 못하게 슬그머니 생각을 조종하는 게 바로 언어란 녀석이다. 그래서 다르다를 틀리다라고 바꿔쓰는 건 사고마저도 그렇게 바뀔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많은 시대다. 그만큼 개성도 다양하고 접해야하는 문화도 많다. 다른 것을 그저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 작은 언어습관부터 바로잡아보는 게 어떨까?
외국어에서 보는 틀리다/다르다
일본어에서 다르다/틀리다는 違う로 같다. 아마 우리가 자주 틀리는 이유가 일본어의 영향 때문은 아닐까 싶다. 여전히 다르다를 써야할 자리에 틀리다를 쓰고도 별 어색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지나치게 일본어에 익숙하거나 일제의 잔재가 아직까지도 영향력이 남아있다는 뜻이 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해를 돕기위해 시점을 바꿔서 영어에서 바라보자. We are friends, but we have different faces.
라는 문장을 이렇게 바꿔보자. We are friends, but we have wrong faces.
조금은 감이 오는가? 적당히 뭉쳐서 똑같이 쓸만한 뜻의 단어들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 다르다/틀리다 무엇을 써도 의미 전달에 무리가 없는 상황이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그냥 적당히 비슷한 말 아닌지 의문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앞의 영어 예문을 상기해보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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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행사 때문에 초등학교 학생들이 북한에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평양냉면을 먹는 아이들에게 종업원이 맛있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서울에서 먹던 것과 맛이 틀려요!" 하고 대답했다는데… 그 종업원이 '맛이 잘못되었다' 라고 이해해서, 분하고 기분 나빠서 혼자 뒤에 가서 울었다- 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어. ㅋㅋㅋㅋ
불쌍하네 그 종업원..
덧 의 두번째 문단을 두번 읽어 봤다. 왠지 맘에 드네.
마음에 들어해주시다니 그저 황송할 따름입니다 ㅎ
일본어에서는 다르다/틀리다가 아예 같다니;;; 좀 무섭네요 그래서 일본은 불관용과 이지매 문제가 심각한 걸 까요.... 뭐 사실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지만.
글쎄요.
다른 것과 틀린 것을 똑같은 단어로 말하는 사회.
우리가 점점 둘 다 '틀리다'로 잘못 지칭하듯,
사회가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금 두렵습니다.